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한국음식과의 마리아주를 맞추기 위한 와인을 찾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한국음식, 특히 김치에 맞는 레드와인을 찾느라 주인공들이 꽤나 헤매는 장면이 나온다. <신의 물방울>에서 해답으로 제시한 와인이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방 소재 Librandi 사의 Gravello가 소개된 것으로 흔히 알려져있는데, 사실 리브란디의 또 다른 갈리오포 품종 와인 Duca Sanfelice도 언급된다. 하지만 스토리상으론 그라벨로가 더 비중있게 나와서인지 애석하게도 한국엔 그라벨로 밖에 수입 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겹살과 와인은 어떻게 보면 쉬우면서도 어려운 마리아주라고 생각된다. 삼겹살이 만만하고 부담없이 준비할 수 있는 육요리여서 이기도 하지만, 일단 돼지고기 자체가 원래부터 폭넓은 종류의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에 매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린 해물요리나 누린내가 강한 일부 육요리의 경우와는 달리 완전 실패하는 마리아주를 찾기도 사실 힘들다.
하지만 한국요리로써의 삼겹살을 논하자면, 문제가 약간 더 어려워진다. 모두 잘 알다시피 삼겹살은 스테이크처럼 고기만 갖다놓고 썰어먹는 것이 아니고, 상추, 마늘, 쌈장, 파, 고추 등 상당히 맛이 강한 양념과 야채들을 곁들여 먹는다. 이렇기 때문에 여린 와인은 맛이 묻혀버리기 십상이고, 알콜, 탄닌, 오크향이 과한 와인은 아무래도 이런 요소들이 양념과 충돌한다는 느낌을 그동안 많이 받았다 (내 경험이다).
이럴 때 적절한 것이야말로 이태리 와인! 이태리 와인 중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food-friendly한 와인들이 많다. 내가 절대로 이태리와인빠라서 이러는건 아니고

2005 Librandi Duca San Felice Ciro Riserva
칼라브리아의 토종품종 갈리오포 100%로 만든 레드와인. 가격도 15불 이내로 참 착하다. 다만 애로사항이라면 이태리와인 내에서도 남부지방은 좀 매니악한 취향이라 미국에서도 구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정도?
<신의 물방울>에도 소개되듯이 칼라브리아 지방에선 요리에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 고추가 많이 쓰인다고 한다. 혼마 쵸스케는 그걸 토대로 매콤한 음식에 맞추기 위해 이 와인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는데...
어쨌건 와인에서 고춧가루향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단 새콤한 체리향이 주를 이루고, 살짝의 축축한 모피내음, 흙내음도 돈다. 입 안에 굴려보면 가벼운 느낌이면서도 높은 산도와 그리고 레드와인에선 흔하지 않은 종류의 단단한 미네랄이 느껴진다. 이 부분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랄 수 있겠지만,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잡으려면 이런 부분이 오히려 필요할지도? 다행히 이 부분이 와인의 과일맛을 크게 해치진 않는다. 피니쉬에서 매콤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신의 물방울>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음. 탄닌은 약한 편.
갈리오포는 흔히 접할 수 없고 사실 나도 처음 마셔본 품종인데, 피노 누아와 얼추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도 확실히 뭔가 고유의 이태리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 (이게 바로 내가 이태리와인빠가 된 이유다. 갈 수록 국적이 불분명해지는 와인들이 대세임에도, 이태리의 생산자들은 아직도 지방 고유의 스타일과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아주 다차원적이거나 파워풀하거나 매끈하게 잘빠진 그런 와인은 아니지만 가격대성능비를 생각하면 훌륭하고 갖출건 다 갖춘 와인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삼겹살 고기 자체 뿐만 아니라 쌈채, 양념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 식사에 같이 참석한 사람들도 "맛있는 와인이다"라고 평가함.
삼겹살과 와인은 어떻게 보면 쉬우면서도 어려운 마리아주라고 생각된다. 삼겹살이 만만하고 부담없이 준비할 수 있는 육요리여서 이기도 하지만, 일단 돼지고기 자체가 원래부터 폭넓은 종류의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에 매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린 해물요리나 누린내가 강한 일부 육요리의 경우와는 달리 완전 실패하는 마리아주를 찾기도 사실 힘들다.
하지만 한국요리로써의 삼겹살을 논하자면, 문제가 약간 더 어려워진다. 모두 잘 알다시피 삼겹살은 스테이크처럼 고기만 갖다놓고 썰어먹는 것이 아니고, 상추, 마늘, 쌈장, 파, 고추 등 상당히 맛이 강한 양념과 야채들을 곁들여 먹는다. 이렇기 때문에 여린 와인은 맛이 묻혀버리기 십상이고, 알콜, 탄닌, 오크향이 과한 와인은 아무래도 이런 요소들이 양념과 충돌한다는 느낌을 그동안 많이 받았다 (내 경험이다).
이럴 때 적절한 것이야말로 이태리 와인! 이태리 와인 중에서는 다양한 스타일의 food-friendly한 와인들이 많다. 내가 절대로 이태리와인빠라서 이러는건 아니고
2005 Librandi Duca San Felice Ciro Riserva
칼라브리아의 토종품종 갈리오포 100%로 만든 레드와인. 가격도 15불 이내로 참 착하다. 다만 애로사항이라면 이태리와인 내에서도 남부지방은 좀 매니악한 취향이라 미국에서도 구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정도?
<신의 물방울>에도 소개되듯이 칼라브리아 지방에선 요리에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 고추가 많이 쓰인다고 한다. 혼마 쵸스케는 그걸 토대로 매콤한 음식에 맞추기 위해 이 와인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는데...
어쨌건 와인에서 고춧가루향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단 새콤한 체리향이 주를 이루고, 살짝의 축축한 모피내음, 흙내음도 돈다. 입 안에 굴려보면 가벼운 느낌이면서도 높은 산도와 그리고 레드와인에선 흔하지 않은 종류의 단단한 미네랄이 느껴진다. 이 부분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랄 수 있겠지만,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잡으려면 이런 부분이 오히려 필요할지도? 다행히 이 부분이 와인의 과일맛을 크게 해치진 않는다. 피니쉬에서 매콤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신의 물방울>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음. 탄닌은 약한 편.
갈리오포는 흔히 접할 수 없고 사실 나도 처음 마셔본 품종인데, 피노 누아와 얼추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도 확실히 뭔가 고유의 이태리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 (이게 바로 내가 이태리와인빠가 된 이유다. 갈 수록 국적이 불분명해지는 와인들이 대세임에도, 이태리의 생산자들은 아직도 지방 고유의 스타일과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아주 다차원적이거나 파워풀하거나 매끈하게 잘빠진 그런 와인은 아니지만 가격대성능비를 생각하면 훌륭하고 갖출건 다 갖춘 와인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삼겹살 고기 자체 뿐만 아니라 쌈채, 양념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 식사에 같이 참석한 사람들도 "맛있는 와인이다"라고 평가함.


